한 회사의 주가는 현재 이익의 30배이고 비슷한 회사는 10배입니다. 더 높은 가격을 받는 회사는 무조건 비싼 걸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하고 높은 이익을 오래 낼 것으로 기대받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높은 가격을 설명할 만한 성장이 실제로 가능한지, 그 성장을 위해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높은 가격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담긴다
밸류에이션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현재 가격을 이익·매출 같은 숫자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같은 이익을 내는 두 회사라도 앞으로 벌어들일 돈과 위험이 다르다면 투자자가 지불하려는 가격도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꾸준히 늘고 높은 이익률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회사에는 높은 배수가 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배수가 붙었다는 사실 자체가 성장의 증거는 아닙니다. 경쟁이 심해지거나 고객이 이탈하면 기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높은 배수가 합리적인지 살피려면 ‘성장한다’는 한마디보다 구체적인 숫자가 필요합니다. 몇 년 동안 어느 정도 성장해야 하는지, 그때 이익률이 얼마나 남을지, 그 과정에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차례로 생각해 보세요.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줄 수 있다
가상의 회사가 작년에 매출 100만 달러를 올리고 영업이익률 20%를 기록했다고 해봅시다. 영업이익은 100만 × 20%로 20만 달러입니다.
올해 매출은 120만 달러로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이 10%로 낮아졌다면 영업이익은 120만 × 10%로 12만 달러입니다. 매출은 (120만 - 100만) ÷ 100만 × 100으로 2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만 - 20만) ÷ 20만 × 100으로 40% 줄었습니다.
이 예시만으로 이익률이 낮아진 이유를 알 수는 없습니다. 할인 판매, 원가 상승, 신규 사업 비용 등 여러 가능성이 있습니다. 회사의 설명과 실제 비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영업이익은 이자와 세금 등을 반영한 순이익과도 다릅니다.
성장을 위해 얼마를 다시 써야 할까?
새 고객을 얻으려면 광고가 필요하고, 생산량을 늘리려면 공장을 짓거나 장비를 사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벌어들인 돈 중 다시 사업에 투입하는 금액을 재투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상의 두 회사가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 각각 현금 120만 달러를 만들었다고 해봅시다. A회사는 설비에 90만 달러, B회사는 40만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단순히 영업현금에서 이 설비 지출만 빼면 A는 30만 달러, B는 80만 달러가 남습니다. 이 금액은 다른 투자와 자금 조달, 배당, 부채 상환 등 이후의 현금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입니다.
114강에서 본 EBITDA는 회계상 이익을 조정한 지표이므로 영업활동으로 실제 들어오고 나간 현금과 다릅니다. 고객에게 아직 받지 못한 돈이나 재고 변화 등에 따라서도 현금흐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 해에 설비투자를 많이 한 회사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새 설비가 앞으로 높은 이익을 만드는 데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를 적게 해서 당장 현금이 많이 남아도 낡은 설비를 방치했다면 나중에 큰 지출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출의 목적과 여러 해에 걸친 결과를 함께 봐야 합니다.
투하자본수익률, 즉 ROIC는 사업에 투입한 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의 세후 영업이익을 내는지 살피는 지표입니다. 계산 범위와 평균 자본을 사용하는 방법은 자료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정의를 맞춰 비교해야 합니다. 높은 매출 성장뿐 아니라 추가로 투자한 돈이 충분한 수익을 만들고 있는지도 질문해 보세요.
성장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1년만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와 여러 해 동안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의 미래는 다릅니다. 고객이 계속 늘 수 있는 시장인지,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성장률이 큰 숫자만큼 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도 중요합니다.
금리나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이 바뀌면 먼 미래에 벌어들일 돈을 오늘 얼마로 평가할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금리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주가가 반드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한 주당 몫도 확인한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 주식을 발행하면 기존 주주가 가진 회사의 비율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회사 전체 이익이 늘어도 주식 수가 더 빠르게 늘면 한 주당 이익의 증가가 작아지거나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출과 이익의 전체 규모뿐 아니라 주식 수의 변화도 확인하세요. 주식 보상이나 전환 가능한 증권이 앞으로 주식 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검토할 때는 네 가지를 나란히 놓으면 좋습니다. 성장의 크기와 지속 기간, 남는 이익률, 필요한 재투자, 그리고 한 주당 몫입니다. 어느 하나라도 기대보다 약해지면 현재 가격을 다시 생각해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가정이 맞더라도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