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판매하는 약이 없는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지금의 매출보다 개발 중인 약의 미래 가능성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소식만으로 약이 승인되고 큰 이익을 낼 것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개발의 성공 가능성, 판매 이후의 수익, 필요한 자금과 현재 주가를 나눠 살펴야 합니다.
신약은 어떤 과정을 거칠까요?
새로운 약은 연구실과 동물 등을 이용한 기초 연구를 거친 뒤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임상시험이라고 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1상은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의 안전성과 약의 작용을 살펴봅니다. 2상은 해당 질병을 가진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초기 자료와 부작용을 살피고, 3상은 더 많은 자료를 모아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합니다.
다만 모든 시험이 똑같은 순서와 규모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과 약의 특성에 따라 대상자와 설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암 치료제처럼 건강한 사람 대신 환자를 대상으로 초기 시험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험 결과를 본 뒤 회사가 허가를 신청하면 규제기관은 제출된 자료를 검토합니다. 승인 이후에도 새로 발견되는 안전성 문제나 추가 연구 결과를 계속 살펴야 합니다.
발표의 제목보다 내용을 보세요
“임상 결과가 긍정적이다”라는 문장만으로 약의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 무엇과 비교했는지, 어떤 결과를 미리 정해 확인했는지 읽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을 먹은 환자의 증상이 나아졌더라도 비교 대상이 없다면 약 덕분인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험 기간이 짧거나 참여자가 적으면 드문 부작용이나 장기 효과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평가 지표는 시험에서 무엇을 측정하는지 정한 기준입니다. 환자의 증상 개선이나 생존 기간을 직접 측정하기도 하고, 실제 건강 개선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보는 다른 수치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지표가 적절한지는 질병과 시험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임상시험 등록 자료에는 시험 단계, 대상자, 비교 방법과 평가 지표 등의 정보가 실릴 수 있습니다. 기업 발표와 등록 자료, 이후 공개되는 결과를 함께 확인하되, 등록됐다는 사실만으로 시험 결과나 허가가 검증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허가 이후에도 판매가 남아 있습니다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더라도 병원과 환자가 실제로 얼마나 사용하는지, 경쟁 약과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보험 적용과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매출이 달라집니다.
특허와 판매 독점권도 살펴야 합니다. 미국 FDA는 특허와 법률상 판매 독점권이 서로 다른 제도이며, 적용 기간과 대상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판매 독점권은 일정 기간 특정 경쟁 의약품의 승인 등을 제한하는 제도로, 모든 경쟁 제품의 판매를 막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호가 끝나거나 경쟁 제품이 등장하는 시점에 따라 가격과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와 공동 개발하거나 판매 권리를 나눴다면 전체 제품 매출이 개발 회사의 몫은 아닙니다. 상대 회사에 지급할 금액이나 판매액에 따른 대가가 있는지도 계약과 공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가능성을 숫자로 나눠 봅시다
다음은 실제 약이나 기업의 전망이 아닌 가상 사례입니다. 약이 허가를 받고 판매에도 성공할 가능성을 설명을 위해 30%로 가정합니다. 이 숫자는 실제 임상 성공률이나 FDA 통계가 아닙니다.
성공했을 때 앞으로 벌 현금에서 판매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뺀 뒤, 미래 돈을 현재 가치로 바꾼 금액이 1억 달러라고 가정합니다. 할인해 현재 가치로 바꾼 숫자이므로 이번 계산에서 다시 할인하지 않습니다. 실패했을 때 이 제품의 가치는 0달러라고 가정합니다.
성공과 실패를 함께 고려한 제품의 예상 가치는 1억 달러 × 30% + 0달러 × 70% = 3,000만 달러입니다.
앞으로 필요한 개발비의 현재 가치가 1,500만 달러이고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지출한다고 가정합니다. 이 개발비는 앞의 1억 달러에 아직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개발비를 뺀 제품의 예상 가치는 3,000만 − 1,500만 = 1,500만 달러입니다.
회사의 현재 현금이 1,000만 달러, 갚아야 할 부채가 500만 달러이고 다른 사업과 자산·부채는 없다고 단순화하면 주주에게 남는 추정 가치는 1,500만 + 1,000만 − 500만 = 2,000만 달러입니다.
이 계산은 가정을 비교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성공 확률 30%, 성공 시 현금 가치와 개발비가 정확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성공 확률만 10%로 바꾸면 같은 조건에서 추정 가치는 0달러이고, 50%로 바꾸면 4,000만 달러입니다. 가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현실에는 시험을 중간에 중단하면 남은 비용을 쓰지 않는 경우, 실패 후에도 남는 자산이 있는 경우, 승인 후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단계와 결과별 현금흐름을 따로 나눠 계산해야 합니다. 실패 시 비용이나 자산 가치를 무조건 0으로 놓으면 안 됩니다.
현금이 다음 시험까지 충분할까요?
개발 중인 회사는 약을 판매하기 전에도 임상시험과 인건비 등에 현금을 씁니다. 현재 현금과 단기 운용 자산, 앞으로 예상되는 지출, 빚의 상환 시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분기마다 쓰는 현금이 일정하다고 단순 가정하고 보유 현금을 그 금액으로 나누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대략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임상 단계가 커지거나 새로운 계약이 생기면 지출이 크게 바뀔 수 있어, 그 숫자를 확정적인 종료 날짜로 보면 안 됩니다.
돈이 부족하면 회사는 주식을 새로 발행하거나 빚을 낼 수 있습니다. 신주가 발행되면 기존 주주가 보유한 회사의 지분 비율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기업 전체 가치가 같더라도 발행 주식 수가 늘면 한 주당 가치는 달라집니다.
실제 기업을 볼 때
먼저 회사가 이미 판매 중인 제품이 있는지, 아니면 개발 중인 후보 물질에 주로 의존하는지 확인합니다. 그다음 각 후보가 어느 시험 단계에 있는지, 결과가 언제 나오며 어떤 위험이 남았는지 살펴보세요.
허가를 받았을 때의 환자 수와 실제 판매 가격, 경쟁 제품, 권리 배분, 생산과 판매 비용도 중요합니다. 회사가 공개하지 않은 계약이나 비용을 정확히 안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주가에 어떤 기대가 들어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좋은 시험 결과가 나와도 시장이 이미 더 좋은 결과를 예상했다면 주가 반응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핵심 정리
신약의 가치는 임상과 허가, 판매의 불확실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후보 약이 성공했을 때의 큰 매출만으로 기업 전체의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시험 자료와 권리, 개발비, 현금 보유액을 확인하고 낙관적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나누어 보세요. 숫자의 정밀함보다 어떤 가정을 썼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