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칩을 여덟 장에서 열두 장으로 쌓으면 패키지 한 개의 저장 용량은 커진다. 그렇다면 같은 웨이퍼를 투입한 공장의 출하 용량도 50% 늘어날까?

이 질문에는 패키지 사양만으로 답할 수 없다. 한 패키지에 들어가는 칩이 늘어나는 만큼 만들 수 있는 패키지 수는 줄고, 조립과 검사에서 잃는 물량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HBM의 공급 능력은 패키지 한 개의 용량보다, 투입한 메모리가 최종 출하 용량으로 얼마나 남는지로 읽어야 한다.

1. 웨이퍼, 다이, 스택의 수량을 따로 센다

다이는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개별 반도체 칩이다. HBM은 여러 메모리 다이를 세로로 쌓고, 실리콘을 관통하는 연결 구조인 TSV로 이어 데이터가 오갈 넓은 통로를 만든다. 삼성의 HBM 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본 구조다.

이 구조에서는 ‘메모리 다이 1만 개’와 ‘HBM 패키지 1만 개’가 같은 생산량을 뜻하지 않는다. 메모리 다이 여덟 개를 쓰는 제품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열두 개를 쓰는 제품보다 같은 다이 수로 더 많은 패키지를 조립할 수 있다.

따라서 증설 자료를 읽을 때도 웨이퍼 투입량, 적층에 사용할 수 있는 다이 수, 완성 스택 수, 출하 가능한 저장 용량을 이어 적는 편이 좋다. 단위가 바뀌는 곳이 바로 생산량을 과대평가하기 쉬운 곳이다.

2. 적층 수가 늘어도 투입한 비트는 새로 생기지 않는다

가상의 공장에 검사를 통과한 2GB 메모리 다이 12,000개가 있다고 하자. 베이스 다이는 충분하고, 제품 간 메모리 다이의 용량도 같다. 재작업과 잔여 다이는 없다고 가정한다.

비교 항목

8단 제품

12단 제품

적층에 투입하는 메모리 다이

12,000개

12,000개

조립을 시작할 수 있는 패키지

1,500개

1,000개

패키지당 저장 용량

16GB

24GB

조립 이후 최종 통과율

95%

90%

최종 출하 패키지

1,425개

900개

최종 출하 저장 용량

22,800GB

21,600GB

패키지 용량이 커져도 총출하 용량은 줄 수 있습니다 — 같은 12,000개 다이 투입에서 스택 수와 최종 통과율을 함께 반영합니다.

패키지 한 개의 용량은 50% 커졌지만 전체 출하 용량은 약 5.3% 줄었다. 처음 투입한 메모리는 양쪽 모두 24,000GB이고, 그중 최종 제품으로 남은 비율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 계산은 실제 업체의 수율이나 제품 사양을 추정한 것이 아니다. 같은 양의 메모리를 더 큰 묶음으로 포장하는 것과 더 많은 메모리를 생산하는 것의 차이를 보여 준다. 베이스 다이, 실제 다이 면적, 제품별 사양과 공정 시간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진다.

3. 좋은 다이를 골랐다고 완성 스택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적층 전에 검사를 통과한 칩을 선별하는 것을 KGD, 즉 양품 다이 선별이라고 부른다. Advantest의 용어 설명은 이를 패키징 전의 양품 칩으로 설명한다.

이미 불량 다이를 걸러 냈다면, 웨이퍼의 원래 양품률을 적층 수만큼 거듭제곱해 완성품 수율로 사용할 수 없다. 조립에 들어간 집단 자체가 선별된 집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선별 이후에도 접합, 연결, 열과 전기적 동작, 최종 검사에서 손실이 생길 수 있다.

Teradyne의 HBM 테스트 설명에서도 베이스 다이, 적층 이후와 절단 이후 검사를 구분한다.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것은 검사 장비의 이름보다 어느 단계의 손실을 줄였고, 그 개선이 최종 출하량에 얼마나 남았는가다.

4. 출하 패키지와 출하 용량은 서로 다른 고객 수요에 답한다

고객이 가속기 한 개에 HBM 패키지 여섯 개를 넣어야 한다면 패키지 수가 중요해진다. 반면 더 큰 모델을 같은 수의 가속기에 올리려는 고객에게는 가속기당 저장 용량이 중요할 수 있다. 메모리 용량이 커져도 대역폭, 소비전력과 고객의 설계 조건이 맞아야 채택된다.

그래서 더 높은 적층을 ‘좋다’ 또는 ‘나쁘다’로만 읽으면 사업의 변화가 빠진다. 적층 확대가 더 비싼 제품 판매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고, 같은 설비의 패키지 출하 수를 제한할 수도 있다. 출하 GB당 가격과 비용이 바뀌므로 전체 용량이 줄어도 이익이 늘 가능성이 있다.

물량의 변화와 제품 구성의 변화는 따로 계산한 뒤 매출과 이익에서 다시 연결해야 한다. 평균 판매가격만 오르면 수요가 늘었다고 해석하는 것도, 패키지 수만 줄면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해석하는 것도 성급하다.

5. 증설 발표를 생산 흐름으로 다시 적는다

공급 능력을 비교할 때는 같은 기간에 투입할 수 있는 양품 메모리 다이, 베이스 다이와 조립·검사 처리량을 먼저 맞춘다. 그다음 제품별 적층 수, 최종 통과율, 패키지 수와 출하 용량을 연결한다. 실제 공정의 손실 위치에 따라 추가 투자가 필요한 설비도 달라진다.

발표 자료에서 한 단계의 숫자만 확인된다면 나머지는 빈칸으로 남겨 두는 편이 낫다. 특히 웨이퍼 증설의 비율을 최종 출하량이나 이익의 증가율로 바로 옮기지 않는다.

  • 증설 규모는 웨이퍼 투입량인가, 검사 처리량인가, 최종 패키지 출하 능력인가?

  • 더 높은 적층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패키지 수와 출하 GB는 각각 어떻게 바뀌는가?

  • 고객이 부족해하는 것은 패키지 수, 저장 용량, 대역폭 중 무엇인가?

  • 물량이 늘었을 때 가격과 단위 비용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