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장을 봤는데, 지난번과 비슷한 돈이 나간다. 뉴스의 숫자와 가계부가 서로 틀린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두 숫자를 연결하려면 가격의 수준, 비교하는 기간, 내가 사는 품목을 차례로 확인해야 한다. 상승률 하락만으로 생활비가 예전 금액으로 돌아갔다고 읽을 수는 없다.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비교 기간의 가격 변화가 작아졌다는 뜻이다. 이미 오른 가격이 얼마나 내려갔는지는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1. 물가 지수와 상승률은 서로 다른 숫자다
물가 지수는 기준 시점의 가격 수준을 100으로 놓고 이후 변화를 나타낸다. 같은 지수가 100에서 110으로 올랐다면 기준보다 10% 높아진 것이다. 지수 110이 상품의 가격 110원을 뜻하지는 않는다. 미국 BLS의 지수 해석 안내는 지수 수준과 변동률의 차이를 설명한다.
상승률에는 비교할 두 시점이 필요하다. 전월비는 지난달, 전년동월비는 지난해 같은 달이 분모다. 국가데이터처의 등락률 설명은 이 비교와 연평균 비교를 구분한다.
전월비 = (이번 달 지수 ÷ 지난달 지수 − 1) × 100
전년동월비 = (이번 달 지수 ÷ 지난해 같은 달 지수 − 1) × 100
가령 10월에 발표한 9월 통계를 읽는다면, 전년동월비는 지난해 9월과의 비교다. 발표한 달과 가격을 조사한 달을 함께 적어야 분모를 잘못 잡지 않는다.
2. 상승률이 10%에서 2%로 내려가도 가격은 더 높다
같은 물건과 서비스를 같은 수량으로 사는 가상 장바구니를 생각하자. 기준연도 12월의 월 구매 비용을 100만원, 그때의 지수를 100으로 둔다. 아래는 실제 어느 나라의 물가 통계도 아니다.
비교 시점 | 가상 지수 | 전년 같은 달 대비 | 같은 수량의 월 구매 비용 |
|---|---|---|---|
기준연도 12월 | 100 | 비교 자료 없음 | 100만원 |
1년 뒤 12월 | 110 | +10% | 110만원 |
2년 뒤 12월 | 112.2 | +2% | 112만2천원 |
3년 뒤 12월 | 112.2 | 0% | 112만2천원 |
10%에서 2%로 내려간 폭은 8%포인트다. 가격이 8% 내린 것이 아니다. 두 해의 누적 상승은 1.10 × 1.02 − 1 = 12.2%이며, 전년동월비가 0%인 마지막 12월에도 앞서 오른 가격 수준은 남아 있다.
112만2천원이 다시 100만원이 되려면 현재 금액을 분모로 100 ÷ 112.2 − 1, 약 10.87% 하락해야 한다. 상승률이 작아지는 것, 가격이 유지되는 것,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각각 다른 상태다.
물론 할인이나 기술 발전으로 특정 상품의 가격은 내릴 수 있다. 영란은행의 디플레이션 설명도 개별 할인과 광범위한 가격 하락을 구분한다. 위 계산은 모든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예측이 아니다.
3. 전년동월비는 작년의 가격에도 영향을 받는다
전년동월비가 낮아졌다고 이번 달에 가격이 더 천천히 올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번 달 가격과 작년 같은 달 가격이 함께 비율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별도의 가상 월별 지수를 보자. 올해 1월과 2월 지수는 모두 112.2다. 지난해에는 1월 102에서 2월 110으로 크게 올랐다고 가정한다.
올해 대상 월 | 올해 지수 | 지난해 같은 달 지수 | 전년동월비 |
|---|---|---|---|
1월 | 112.2 | 102 | +10% |
2월 | 112.2 | 110 | +2% |
올해 2월의 전월비는 0%다. 가격 수준은 그대로인데 비교 대상인 작년 가격이 높아져 전년동월비가 10%에서 2%로 내려갔다. 작년의 큰 월간 변화가 12개월 비교에서 빠지는 기저효과를 단순화한 예다. ECB의 기저효과 설명은 당시 에너지 사례에서 최근 가격 변화와 과거 비교 기준의 영향을 나누어 분석한다.
최근 흐름을 보려면 전월비도 함께 읽는다. 다만 계절에 따라 반복되는 가격 변화가 있으므로 계절조정 여부를 확인한다. BLS의 계절조정 안내는 단기 추세를 볼 때 반복적인 계절 요인을 제거하는 목적을 설명한다. 계절조정 지수와 조정하지 않은 지수를 한 계산에 섞지 않는다.
4. 대표 장바구니와 내 장바구니의 비중이 다르다
소비자물가는 여러 품목의 가격 변화를 지출 비중으로 종합한다. 식비·주거비·교육비에 쓰는 비중이 다르면 같은 가격 변화를 겪어도 가계 부담이 다르다. 국가데이터처의 가중치 차이 설명은 전체 가구와 개별 가구의 지출 구조를 구분한다.
두 품목군만 있는 가상 예시에서 식품 가격은 5%, 나머지는 1% 올랐다고 하자. 비교 시작 때 식품 비중이 40%인 장바구니의 비용 상승은 0.40 × 5% + 0.60 × 1% = 2.6%다. 식품 비중이 70%라면 3.8%다. 각 장바구니의 구매 수량을 고정한 계산이며 실제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과정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또한 지출액에는 구매량과 상품 선택도 들어간다. 가격이 같아도 가족이 늘거나 더 비싼 제품을 사면 생활비가 커진다. 국가데이터처의 체감물가 설명도 가격 변화와 소비지출 증가를 구분한다. 가계부 총액이 늘어난 이유를 가격만으로 설명하기 전에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 확인한다.
5. 생활비를 고칠 때는 현재 금액에서 출발한다
먼저 뉴스 옆에 나라·지수 이름·발표일·대상 월·비교 기간·계절조정 여부를 적는다. ‘물가 2%’라는 숫자가 실제 발표인지 전망인지도 표시한다. 전년동월비만으로 최근 한 달의 가격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
그다음 가계부에서 부담이 큰 항목 몇 개를 골라 같은 규격·수량의 가격을 지난달,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다. 단가와 수량을 따로 적으면 가격 상승과 소비 변화가 나뉜다. 총지수와의 차이를 발견해도 그 차이만으로 통계가 잘못됐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
다음 달 예산은 이미 내고 있는 금액을 바탕으로 잡는다. 위 가상 장바구니라면 출발점은 112만2천원이다. 예전 100만원으로 돌아갈 계획에는 실제 할인·수량 조정·품목 변경 등의 근거가 필요하다. 낮아진 상승률을 읽는 일과 당장 필요한 현금을 줄이는 일 사이에는 내 가격표를 확인하는 단계가 있다.
